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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사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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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꿈아리 작성일 2017-03-08
제목 [뭉치의 어퍼컷③] “눈 질끈 감고, 여기서 빚 까고 집 사야.. 조회 7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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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매 알선 업주 가식적인 말

이윤 위해 여성들 이용한 것일뿐

나를 위해? 아니 너를 위해서지

 

▲ 서울 동대문구 청량리동 성매매집결지 업소들이 환히 불을 밝히고 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업주들이 우리를 위해준답시고 해주는 말들이 있다. 그 말들에 웃고 울었던 업소 안에서의 날들과 그 말들에 감동 받고 버텨냈던 내가 생각나 이 글을 쓰는 지금도 가슴이 쿵쾅거린다.

업주들은 자신들을 마치 가족처럼, 엄마처럼, 삼촌처럼 믿게 만든다. 성매매 업소에 있을 때 그곳은 우리에게 생존을 위한 공간이자 인간관계의 전부였기 때문에 쉽게 의존적이고 통제적 관계가 된다. 이러한 상태를 이용해 업주들이 위해준답시고 했던 모든 말들은 자신들의 이윤을 위해 우리를 이용하기 위한 것이었다. 그 가식적인 말들 중 대표적인 것 몇 가지를 골라보았다.

“저 손님 매너 좋아.”

성구매자들은 우리에게 예의를 차릴 필요가 없는 이들이다. 그런데 업소에서 매너가 좋다는 건 외상을 안 하고, 심하게 진상 떨지 않고, 때리지 않는 걸 의미한다. 이 말은 매너 좋은 손님이니 뭐든 거절하지 말고 원하는 데로 해주고 단골로 만들어 더 많은 돈을 벌라는 것이다. 물론 그렇게 하지 못하면 모든 책임은 여성에게 돌아온다.

“저 테이블 술버리다 걸리면 X된다.”

유흥주점 같은 룸에서 일할 때 자주 듣는 말이다. 룸에서 일하는 여성들에게 업주들은 매상을 올리기 위해 손님들에게 들키지 않고 술을 버리도록 한다. 좀 까다롭고 포악한 손님들이 오면 위의 말들을 하는데 이런 테이블에서 술을 버리다 걸리면 그 모든 책임을 여성들에게 돌리기 위해 하는 말이다. 일할 때 술을 쓰레기통에 버리다 걸려서 몇 백만 원씩 되는 술값이 자신의 빚으로 올라간 경우도 많고 이 돈을 물어내지 않기 위해 손님들이 시키는 대로 쓰레기통의 담뱃재, 침, 휴지 등 오물과 섞인 술을 걸러서 모두 마셨던 여성도 있었다.

“일단 나가서 넣고만 와.”

같은 날 같은 시간에 손님을 2~3명씩 받는 것을 ‘따당’이라고 한다. 유흥주점은 보통 ‘삼천궁녀 항시대기’와 같이 홍보하고 손님들이 오면 여성들을 방마다 줄 세워 들어가 맘에 드는 여성을 선택하게 한다. 이를 ‘초이스’라고 한다. 손님들이 많을 때는 업주들이 연속해서 다른 손님방의 초이스에 들어가도록 하고 또 초이스가 되면 따당, 따따당까지 해야 한다. 2차로 성매매를 나갈 때도 업소와 연결된 모텔의 다른 방에 구매자들을 두고 “가게에 잠깐 다녀올게요”라는 말로 안심시키고 동시에 성매매를 하거나 룸에 돌어가 다른 손님의 서비스를 하도록 하는 것이다.

“일단 나가서 넣고만 와”는 구매자의 기분을 잘 맞춰주고 안심시키기 위해 성기 삽입을 빨리 해주고 나와서 따당을 하라는 의미다. 업주의 지시대로 하다 구매자에게 걸려서 폭행도 당하는 여성들이 있다. 모든 책임은 여성들에게 미루면서도 열심히 따당이라도 뛰어서 돈을 더 많이 벌 수 있도록 해주는 거라는 업주의 말에 아무런 저항도 할 수 없었다.

“눈 질끈 감고, 여기서 빚 까고 집도 사고, 차도 사야지.”

가장 많이 들은 말이다. 이 말은 손님 가려 받지 말고 오면 오는 데로 시키면 시키는 대로 다 하라는 의미다. 얼마나 오래 눈을 감고 있어야 했던 걸까. 사람들은 무서울 때, 고통스러울 때, 참기 힘들 때, 그럴 때 눈을 질끈 감는다는 표현을 쓴다. 나는 그 순간이 5년이 걸렸고 뭉치 회원 중에는 20년, 30년이 걸린 언니도 있다. 그 언니는 위안삼아 “봉사 안 된 게 다행”이라고 얘기한다. 업주는 성매매가 눈을 질끈 감아도 견디기 힘든 괴로운 일이라는 걸 잘 알고 있었던 것이다.

성매매 알선 업주들은 ‘울지 마라, 화내지 마라, 먹어라, 먹지 마라, 들어와라, 나가라, 자라, 자지 마라’ 등 나의 행동뿐만 아니라 감정까지 관리했다. 업주들의 몸짓, 표현 하나에도 나는 주눅이 들고 눈치 보기 바빴다. 성매매에 들어선 순간 나는 그런 사람이 됐다. 성매매로까지 내몰린 여성들의 처지를 이용해 나와 같은 성매매여성들을 눈 먼 바보로 만든 그 업주들을 생각하니 여전히 내 가슴은 울분으로 소란스러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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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라 성매매경험당사자네트워크 ‘뭉치’ 운영위원
1430호 [오피니언] (2017-0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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